새싹에서 데이터 분석 수업을 들으면서 이상한 갈증이 있었어요. 강의는 계속 듣는데 뭔가 하나 제대로 끝낸 게 없다는 느낌이었어요. input은 계속 쌓이는데 output은 없으니까 그래서 나 뭐 할 줄 아는데?라는 질문에 딱히 보여줄 게 없더라고요.
그럴 때 걸려든 게 타이타닉 데이터였습니다. 00편에서도 적었듯 데이터 분석 입문자들에게는 거의 필수 코스처럼 쓰이는 유명한 데이터셋이었죠. 어차피 배우는 김에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제대로 끝내보자 싶어서 도구를 익히는 항해일지와 실제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탐사일지로 나눠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겸사겸사 블로그에도 올려보기로 했어요. 누구 하나는 도움받겠지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 시도는 잘한 것 같아요. 열두 편이 넘는 글을 쓰는 동안 `numpy`부터 `pandas`, `matplotlib`, `seaborn`, 로지스틱 회귀까지 하나씩 손에 익혔고 무엇보다 가설을 세우고, 검정하고,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의심하고, 다시 들여다보는 흐름을 한 번 겪어봤다는 게 컸습니다. 이게 딱 제가 원하던 output이었던 것 같아요.
탐사일지에 나온 그래프들은 전부 AI의 도움을 받아서 그렸습니다. 색상 하나, 축 하나까지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스로 그릴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같은 생각인 것 같아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이 시리즈를 통해서 카이제곱 검정 결과가 뭘 의미하는지 판단하고 요금이 진짜 원인인지 아니면 등급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건지 의심하고 그 의심을 다시 검증해보는 과정을 거쳐봤습니다. AI의 도움을 너무 많이 받아서 제가 데이터 분석을 하는건지 AI가 데이터 분석을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싶었거든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 걸렸습니다. 그 사이에 다른 일들로 바빠서 며칠씩 손을 못 대기도 했고 중간에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코드를 고친 적도 있고요. 그래도 결국 마침표를 찍었다는 게 지금은 이게 가장 크게 느껴지네요. 끝까지 안 끌고 흐지부지됐던 것들이 꽤 있었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어요.
흥미있는 데이터를 찾아서 데이터 분석을 해볼 예정이지만 이렇게 타이타닉 튜토리얼처럼 흐름을 가져가면서 블로그 글을 연재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투비컨티뉴는 아니고 그냥 뭐.. 네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타이타닉 항해일지부터 탐사일지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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