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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IT부문 하계 체험형 인턴십 지원 후기 | AI 면접 KB다움

Floaty 2026. 7. 25. 22:35

어쩌다 KB국민은행에 지원하게 되었을까

사실 KB국민은행에서 인턴을 뽑는 줄도 몰랐다. 부트캠프 매니저님께서 “한 번 경험 삼아 지원해보세요.”라고 추천해 주셨고, 마침 그렇게 바쁜 시기도 아니어서 한 번 시도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긴 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의 나는 글쓰기에 정말 재능이 1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당시에는 지금처럼 AI가 글을 함께 다듬어주는 시대도 아니었다. 그래서 자기소개서가 필요했던 학생부종합전형에는 아예 지원하지 않았다. 전공을 컴퓨터로 정한 뒤에도 긴 글을 작성할 일은 거의 없었다. 프로그래밍을 배웠으니 코드를 설명하는 문서나 프로젝트 기록은 작성했지만, 나 자신을 800자나 1,200자 안에 녹여내는 글은 처음이었다. 개발자를 준비하면서도 자기소개서보다는 포트폴리오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자기소개서를 작성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이번 지원은 합격보다는 처음으로 자기소개서를 써보는 경험 자체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물론 붙으면 기분이 날아갔겠지만...

 

생각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은 일이 꽤 많았기 때문에 자기소개서에 녹일 이야기는 많았다. 학과 동아리부터 부트캠프,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잠깐 일했던 회사까지 이것저것 다양한 경험을 했다. 흠.. 굴곡이라고 하면 보통 올라갔다 내려갔다 해야 할 것 같은데, 나는 올라간 기억보다 내려간 기억이 더 많기는 하다. 그래도 덕분에 자기소개서에 쓸 이야기는 정말 많았다.

 

전체적인 방향은 금방 잡았다. 다만 한 번 정도는 거의 처음부터 다시 쓰는 수준으로 크게 갈아엎었다. 그 이후에는 만들어둔 내용을 기둥으로 삼아 KB국민은행에 맞는 경험이나 내용을 한두 가지씩 추가하는 정도로 마무리했다. 결과적으로 합격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지원을 통해 자기소개서의 뼈대 하나는 만들어두었다. 다음에 다른 기업에 지원하더라도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는 나름 수확이 있었던 경험이었다.

 

 

 

지원서는 어떻게 작성했을까

세상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지원서를 궁금해하는 건 보통 합격자의 지원서일 것이다. 나는 이렇게 작성해서 떨어졌으니, 정답이라기보다는 "이 사람은 이런 방향으로 작성했는데 떨어졌구나"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지원서에는 총 네 개의 문항이 있었다.

 

 

 

지원 동기와 인턴십 목표

KB국민은행 IT부문 하계 체험형 인턴십에 지원한 동기와, 인턴십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첫 번째 문항에서는 왜 여러 기업 중 KB국민은행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인턴십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다. 나는 스타트업에서 개발과 QA 업무를 함께 맡았던 경험을 중심으로 작성했다. 사용자가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을 발견하고 개선했던 경험을 이야기한 뒤, 많은 사용자가 이용하는 금융 서비스에서는 작은 오류나 불편도 신뢰와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점을 담았고, 인턴십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두 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대규모 금융 서비스가 기획되고 개발되고 운영되는 전체 과정을 경험하는 것, 두 번째는 안정성과 사용자 편의성을 함께 고려하는 개발자로 성장하는 것이었다.

 

정리하면 이 문항의 핵심은 다음과 같았다.

  • 왜 KB국민은행의 IT 부문인지
  • 기존 경험이 지원 동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 인턴십을 통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새로운 시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 경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성과를 창출한 경험을 작성하고, 그 과정에서 본인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하였는지와 그 결과를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 문항에는 스타트업에서 QA 프로세스를 직접 만들었던 경험을 작성했다. 당시에는 기획서도 없었고, 기존 QA 프로세스도 없었다. 노션에 간단한 서비스 설명서만 있었는데, 실제 서비스와 다른 내용도 있었다. 기준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직접 검증 기준을 만들기로 했다. 서비스를 파악하는 이틀 동안 버그 28건, 개선사항 11건, 설명서 오류 3건을 발견해 공유했고, 이후에는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QA 시트를 만들어 기능별 테스트 케이스와 예외 상황을 정리했다.

 

이 문항에서는 단순히 "열심히 했습니다."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 기존 방식으로 해결하기 어려웠던 이유
  • 새로운 방법을 선택한 이유
  • 내가 실제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
  • 그 결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부족함을 인지하고 개선한 경험

본인의 실수나 부족함을 인지한 이후 대처한 경험을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도 함께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세 번째 문항에는 웹 접근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던 경험을 작성했다. 개발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화면이 원하는 대로 동작하면 좋은 코드라고 생각했다. 마크업도 화면을 구성하기 위한 수단 정도로만 여겼다. 그러다 웹 접근성 특강을 들으면서 키보드만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 화면의 구조와 이미지 설명이 필요한 사용자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내가 작성한 코드가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은 뒤, 페이지 구조와 이미지 설명, 페이지별 제목 등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관련 도구와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사람이 놓칠 수 있는 부분도 보완하려고 했다.

 

이 문항에서는 실수 자체보다는

  • 어떤 부족함을 발견했는지
  • 그 사실을 알게 된 뒤 어떻게 행동했는지
  • 이후 개발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를 중심으로 작성했다.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 협업한 경험

다양한 배경이나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극복하거나 시너지를 창출한 경험을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 문항에는 졸업 프로젝트에서 디자인 팀원들과 협업했던 경험을 작성했다. 개발팀은 유저 플로우를 버튼 클릭과 페이지 이동 같은 상호작용 중심의 흐름으로 생각했다. 반면 디자인 팀원들은 페이지 단위의 화면 전개 흐름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결과물이 잘못 전달된 줄 알았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서도 서로 전혀 다른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개발 관점의 플로우를 직접 작성해 공유했고, 디자인 팀원들은 사용자 경험 관점에서 흐름을 보완했다. 두 관점을 함께 비교하는 과정에서 특정 페이지 사이에 무한루프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도 발견해 개발 전에 수정할 수 있었다.

 

이 문항에서는 단순히 "팀원들과 잘 협업했습니다."라고 작성하는 대신 

  • 서로의 관점이 어떻게 달랐는지
  • 그 차이를 어떻게 발견했는지
  • 내가 중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 협업을 통해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를 보여주려고 했다.

 

 

 

서류를 제출했더니 KB다움을 하라고 했다

서류 제출 마감은 2026년 6월 24일 오후 5시였다. 어찌저찌 지원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서류 발표도 나기 전인 6월 26일에 연락이 왔다. KB다움 검사를 6월 29일까지 완료해달라는 안내였다. 

 

처음에는 이게 붙었다고? 내가 붙으면 비리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서류 합격 여부와 관계없이 지원자 모두가 진행하는 전형이었다.

 

 

 

KB다움

이건 정말 할 말이 너무 많다. 

 

 

생각할 시간이 아니라 읽은 시간이 부족했던 인성검사

인성검사는 다섯 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생각할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니라 읽을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문장을 다 읽기도 전에 선택해야 했다. 아무리 짧은 문장이라도 읽고 뜻을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러거나 말거나 남은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시간 표시가 빨간색으로 변하면 그때부터는 더 조급해졌다. 나는 아직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는데 뭘 골라야 하는지 모르겠고, 시간은 계속 줄어들고 있고. 인성을 검사하기 전에 읽기 속도를 검사받는 기분이었다.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재미가 없었던 게임형 검사

그다음은 게임형 검사였다. 차라리 42서울 라피신에 들어가기 전에 했던 게임형 시험이 더 재미있었다. 이건 게임이라기보다는 그냥 검사에 가까웠다. 게임이라는 단어에는 최소한 재미가 조금이라도 포함되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건 무슨 능력을 확인하려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었다. 그냥 검사 그 자체였다. 게임의 정의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블로그 후기 작성자들에게 배신당한 면접

마지막은 면접이었다. 솔직히 나는 서류에서도 떨어질 거라고 예상했다. 내 경험이 에베레스트를 등반했다거나, 세상을 뒤흔든 서비스를 만들었다거나 하는 대단한 경험은 아니었다. 대부분은 누구나 비슷한 환경에 놓이면 겪을 수 있는 사소한 문제에서 시작된 경험이었다. 이러니 내가 붙으면 비리라고 생각했지.

 

그래도 ‘면접’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무서움이 있지 않은가. 아마 이 글을 찾아본 사람도 면접이 무서워서 여기까지 읽고 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여러 블로그 후기를 찾아봤다. 대부분 면접 질문이 3개에서 5개 정도라고 적혀 있었다.

 

이 글은 전체 과정을 순서대로 작성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가장 긴장되는 면접부터 먼저 진행했다. 어차피 세 가지 검사 중 원하는 순서대로 할 수 있었고, 정신이 갈릴 거라면 가장 무서운 것부터 끝내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나는 블로그 글을 써준 누군가에게 큰 배신을 당했다. 질문은 3개에서 5개가 아니었다. 11개였다. “에이, 어차피 서류에서 떨어질 텐데. 그냥 경험이라고 생각하자.” 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했지만, 예상보다 정신이 훨씬 많이 갈렸다. 기억나는 질문만 적어보면

  • 지원 동기
  •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 나의 장점과 단점
  • KB 서비스에서 개선하고 싶은 점
  • 부당한 지시를 받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 팀 프로젝트에서 힘들었던 경험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이 외에도 질문이 더 있었다. 중간쯤부터는 이미 정신이 탈탈 털렸다. 검사 사이에 쉬는 시간은 가질 수 있었지만, 혹시라도 창이 꺼질까 무서워 노트북 앞을 떠나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그냥 나갈 수도 없었다. 나가면 그대로 전형이 종료된다고 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해냈는데 엔딩이라도 봐야지 싶었다. 새벽에 시작해서 그런지 너무 졸려 하품을 오천만 번 정도 한 것 같기는 하다. 영상에 전부 찍혔겠지.

 

 

 

 

결과

앞서 말했듯 나는 떨어졌다. 그런데 결과가 나온 과정도 조금 웃겼다. 나는 최종 결과가 7월 10일에 한 번에 나오는 줄 알았다. 그런데 7월 3일에 서류 결과가 먼저 발표됐다. 결과는 서류 탈락. 그런데 이렇게 금방 서류 결과가 나올 예정이었다면, 그냥 서류 합격자만 KB다움 검사를 진행하면 되는 것 아닌가? 뭔가 대학교 성적을 확인하기 위해 강의 평가를 먼저 작성해야 하는 기분이었다. 그나마 강의 평가는 내가 평가하는 입장이고 금방 끝나기라도 한다. KB다움은 길고, 힘들고, 면접까지 해야 했다. 다음에는 그냥 서류 합격자만 KB다움을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이 의견이 반영되려면 KB국민은행 관계자가 이 글을 봐야 할 텐데. 안 보겠지.

 

 

 

결과는 7월 초에 나왔지만 이러저러한 현생 이슈 때문에 글은 이제야 등장했다. 그래도 기록했으니 다행이다.